
몰도바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생산국 중 하나로, 인구보다 와인 저장 병 수가 많다고 불릴 정도로 와인 문화가 깊이 뿌리내린 나라입니다. 작지만 포도 재배에 최적화된 기후와 석회암 지질 덕분에 독특한 향과 맛을 가진 와인을 생산합니다. 몰도바 여행을 계획한다면 단순한 시음이 아닌, ‘와인과 지하의 세계’를 함께 체험할 수 있는 와이너리 투어는 꼭 경험해야 할 핵심 코스입니다. 이 글에서는 몰도바를 대표하는 세 곳의 와이너리 — 밀레쉬티 미치, 크리코바, 푸르카리 — 를 중심으로 각각의 특징과 투어 팁을 정보 중심으로 정리했습니다.
밀레쉬티 미치
밀레쉬티 미치(Milestii Mici)는 몰도바 수도 키시나우 남쪽에 위치한 세계 최대의 지하 와인 저장고입니다. 총 길이 약 200km에 달하는 석회암 터널 속에 150만 병 이상의 와인이 저장되어 있으며, ‘기네스북에 등재된 세계 최장 와인 저장고’로 유명합니다. 이곳은 단순한 지하창고가 아니라 하나의 지하 도시와 같은 구조로, 차량을 타고 내부를 이동해야 할 정도로 규모가 압도적입니다. 방문객은 지정된 구간만 입장할 수 있으며, 현지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투어가 진행됩니다. 와인 셀러 내부는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어 여름에도 시원하고, 포도 향이 은은하게 감돕니다. 기본 투어는 약 1시간 30분 소요되며, ‘클래식 투어’와 ‘프리미엄 투어’로 나뉩니다. 시음 와인 종류와 기념품 구성에 따라 요금이 달라집니다. 차량 진입을 위해 예약 시 차량 번호를 등록해야 하며, 직접 운전해 입장하는 독특한 경험이 가능합니다. 가족 단위 여행자의 경우 어린이는 지하 시음장에 입장할 수 없지만, 입구 카페 구역에서 대기할 수 있습니다. 투어는 영어, 루마니아어, 러시아어로 진행되며, 하루 3~4회 운영됩니다. 키시나우 중심에서 차로 약 25분 거리에 있으며, 사전 예약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크리코바
크리코바(Cricova)는 몰도바 와인 산업의 상징으로, ‘지하의 도시’라는 별명을 가진 곳입니다. 총 연장 120km의 지하 터널이 포도 품종명으로 이름 붙여져 있으며, 일부 구간은 와인 저장고, 일부는 시음실, 전시관, 와인 박물관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크리코바의 특징은 와인 보관 공간이 단순히 산업 시설이 아니라 예술적 인테리어를 갖춘 관광지라는 점입니다. 샹들리에와 대리석 장식으로 꾸며진 시음실, 영화관처럼 꾸며진 시청각룸, 세계 정상들이 방문했던 ‘대통령실’ 등 볼거리가 다양합니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 러시아의 푸틴, 프랑스의 드골 장군 등이 이곳을 방문한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투어 프로그램은 와인 생산 공정 설명 → 저장고 탐방 → 시음 순으로 진행되며, 약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시음은 드라이, 세미스위트, 디저트 와인 등 3~4종으로 구성되며, 고급 투어에서는 샴페인 라인을 포함합니다. 가라판형 미니버스로 이동하며, 도보 이동이 어려운 어린이나 노년층도 편하게 관람할 수 있습니다. 영어 가이드 투어는 매일 운영되며, 주말에는 예약이 필수입니다. 기념품샵에서는 몰도바산 와인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으며, 보틀 라벨에 이름을 새겨주는 서비스도 제공됩니다. 크리코바는 단순히 와인을 마시는 공간을 넘어 ‘와인 예술’이 결합된 몰도바의 대표 명소입니다.
푸르카리
푸르카리(Purcari)는 몰도바 남동부 드니에스트르 강 인근에 위치한 가장 오래된 전통 와이너리로, 1827년에 설립되었습니다. 러시아 황실과 영국 왕실에 와인을 납품했던 역사로 유명하며, ‘로열 와인’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습니다. 푸르카리의 와인은 프랑스 보르도 와인과 비슷한 품종을 사용하지만, 몰도바 특유의 흙과 기후 덕분에 향이 깊고 부드럽습니다. 가장 유명한 제품은 ‘네그루 드 푸르카리(Negru de Purcari)’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애정한 와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와이너리는 단순한 시음장 이상의 경험을 제공합니다. 방문객은 포도밭을 직접 걸으며 재배 과정을 들을 수 있고, 작은 호수 옆의 테라스 레스토랑에서 지역 음식과 함께 와인을 즐길 수 있습니다. 숙박 시설도 마련되어 있어 하룻밤 머물며 와인과 자연을 함께 경험할 수 있습니다. 푸르카리는 키시나우에서 차로 약 1시간 30분 거리이며, 렌터카 또는 개인 투어를 이용하면 편리합니다. 여름철에는 포도 수확 체험, 겨울에는 와인 블렌딩 클래스가 열립니다. 와인 초보자부터 애호가까지 모두 즐길 수 있는 균형 잡힌 코스로, 몰도바의 전통과 품격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와이너리입니다.
결론
몰도바의 와이너리 여행은 단순한 시음이 아니라, 유럽에서도 보기 드문 지하 문화와 역사, 그리고 자연의 조화를 함께 체험하는 여정입니다. 밀레쉬티 미치의 규모, 크리코바의 예술성, 푸르카리의 전통과 품격은 서로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키시나우를 중심으로 2~3일 일정을 잡으면 세 곳 모두 충분히 방문할 수 있으며, 각 와이너리마다 예약제이므로 미리 일정을 조율하는 것이 좋습니다. 여행의 목적이 ‘조용한 여유와 특별한 경험’이라면, 몰도바의 와이너리 투어는 유럽 어느 나라보다도 깊고 색다른 감동을 선사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