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은 고대 실크로드의 중심을 이뤘던 국가로, 이슬람과 유라시아 문화가 융합된 독특한 유산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마르칸트, 부하라, 히바는 실크로드 시대의 핵심 도시로, 지금도 중세 건축물과 도시 구조가 고스란히 남아 있어 여행자들에게 살아 있는 역사 체험을 제공합니다. 이 글에서는 우즈베키스탄 3대 실크로드 도시의 주요 유적지, 이동 루트, 숙소 및 여행 팁까지 상세하게 소개합니다.
사마르칸트 실크로드 유적과 레기스탄 광장
사마르칸트는 티무르 제국의 수도였으며, 중앙아시아의 문화, 종교, 과학이 융합되던 고도입니다. ‘레기스탄 광장(Registan Square)’은 사마르칸트를 대표하는 유적으로, 셰르도르 마드라사, 틸랴 카리 마드라사, 울루그벡 마드라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세 건물 모두 파란 타일과 정교한 아라베스크 문양으로 장식돼 있으며, 웅장한 입구와 내부 공간은 중세 이슬람 학문의 중심지였던 과거를 떠올리게 합니다.
구르 에미르(Gur-e-Amir) 영묘는 티무르 본인이 안치된 장소로, 내부에 황금빛 벽면과 정교한 모자이크 장식이 인상적입니다. 샤히 진다(Shah-i-Zinda)는 11세기부터 조성된 왕족과 성자의 무덤 복합군으로, 수십 개의 묘당이 좁은 골목을 따라 이어져 있습니다. 이곳은 현지인에게도 성지로 여겨지는 만큼 예의를 갖춘 방문이 필요합니다.
사마르칸트의 유적지는 도보 또는 차량으로 접근이 용이하며, 대부분 한 지역에 밀집돼 있어 하루 또는 이틀 코스로 적합합니다. 타슈켄트에서 고속열차 'Afrosiyob'를 타면 약 2시간 10분 만에 도착할 수 있어 교통도 편리합니다. 숙소는 레기스탄 인근에 게스트하우스, 중급 호텔, 전통 하우스까지 다양하며, 일부는 테라스에서 레기스탄 광장이 보이는 전망을 제공합니다.
저녁이 되면 광장에 조명이 켜지고, 음악과 함께 펼쳐지는 조명 쇼를 관람할 수 있습니다. 이 시간은 여행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로 손꼽히며, 과거의 영광을 현대적으로 재현한 장관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부하라 구시가지 탐방과 이슬람 건축
부하라는 우즈베키스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로,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습니다. 실크로드를 오가던 상인, 학자, 장인들의 중심지였으며, 지금도 당시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간직한 도시입니다. ‘칼란 미나렛(Kalon Minaret)’은 부하라의 상징이며, 이슬람 교리를 전파하던 중심 탑으로, 무려 45m 높이에서 도심을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미리 아랍 마드라사(Miri-Arab Madrasa)는 16세기에 지어진 이슬람 학교로, 현재도 종교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어 내부 출입은 제한되지만 외관만으로도 충분한 감동을 줍니다. 칼란 모스크(Kalon Mosque)는 부하라 최대의 사원으로, 넓은 중정과 대형 돔, 200개 이상의 기둥이 인상적입니다. 모두 돌과 타일로 만들어진 이 건축물은 기술적으로도 예술적으로도 높은 수준을 자랑합니다.
부하라의 ‘리얍 하우즈(Lyabi-Hauz)’ 지역은 중심 광장 역할을 하며, 연못을 중심으로 전통 찻집, 공예품 가게, 호텔이 밀집해 있습니다. 이곳에서 차 한 잔을 마시며 느긋하게 풍경을 감상하는 것은 부하라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입니다. 상점에서는 수공예품, 페르시아 카펫, 도자기 등을 구매할 수 있으며, 일부 공방은 제작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도록 개방돼 있습니다.
부하라는 도보 여행에 매우 적합한 도시로, 대부분의 유적이 걸어서 10분 이내 거리에 있습니다. 숙소는 전통 건축을 개조한 부티크 호텔이 인기가 높으며, 정원이 있는 리야드 스타일의 게스트하우스도 많습니다. 특히 가족 단위 운영 숙소에서는 현지식 조식을 제공하며, 여행자들과의 소통도 활발합니다. 사마르칸트에서 열차로 약 1시간 30분 소요되며, 저가 항공이나 야간 기차로 타슈켄트에서 바로 접근할 수도 있습니다.
히바 성곽 도시와 이찬칼라 정보
히바는 고대 호라즘 왕국의 수도로, 지금도 성벽으로 둘러싸인 중세 도시 형태를 완벽하게 보존하고 있는 곳입니다. 도시 안의 ‘이찬칼라(Itchan Kala)’는 실크로드의 마지막 중계 도시 중 하나였으며, 수백 년 전의 모습이 거의 그대로 남아 있어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히바는 관광보다는 ‘체험’의 도시로, 하루 이상 머무르며 도보로 천천히 둘러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찬칼라 내부에는 쿠흐나 아르크(Kuhna Ark) 궁전, 이슬람 호자 미나렛, 무함마드 라힘칸 마드라사, 주마 모스크(Juma Mosque) 등이 대표적인 명소입니다. 특히 주마 모스크는 200개가 넘는 목재 기둥이 내부를 지지하는 독특한 구조로, 중앙아시아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양식입니다. 이슬람 호자 미나렛은 도시 어디서든 보이는 전망 포인트이며, 꼭대기에서는 전통 가옥과 성벽, 광장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습니다.
히바에서는 자동차 없이도 충분히 여행이 가능하며, 골목마다 전통 집들이 이어져 있어 길을 잃는 것조차 하나의 추억이 됩니다. 시내에는 전통 양식의 게스트하우스와 현대식 부티크 호텔이 공존하며, 일부 숙소에서는 옥상 테라스에서 일몰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우르겐치 공항에서 차량으로 약 40분, 열차로는 하루 이상 걸리는 지역이기 때문에 비행기를 추천합니다.
히바의 밤은 조용하고 별빛이 선명해, 성 안에서의 숙박은 매우 특별한 경험이 됩니다. 해가 지고 조명이 들어온 이찬칼라는 마치 영화 속 세트장처럼 비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결론
우즈베키스탄의 사마르칸트, 부하라, 히바는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실크로드의 역사와 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살아 있는 유산입니다. 각 도시는 서로 다른 시기와 문명을 대표하며, 짧은 일정 내에도 이슬람 건축, 학문, 상업, 종교, 생활 문화를 모두 경험할 수 있습니다.
사마르칸트에서는 제국의 위엄을, 부하라에서는 고요한 신앙과 일상의 미학을, 히바에서는 중세 도시의 정체성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 세 도시를 순차적으로 여행하는 루트는 단순한 여행이 아닌, 한 편의 실크로드 역사서와도 같은 여정이 될 것입니다.
